서 론
자기공명영상에서 뇌량팽대에 국한된 가역적 병변 은 뇌염이나 뇌 병증 환자에서 드물게 보고되고 있다[1]. 현재까지 감염성 원인으로 대장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아데노 바이러스, 볼거리, 대상포진 바이러스 등이 보고 된 바 있으나 병변이 뇌량팽대에 국한되는 기전은 명확하지 않다[1]. 국내에서는 2006년에 처음으로 원인 균주가 밝혀지지 않은 뇌염 환자의 뇌량팽대에 가역적 병변을 보인 증례를 보고한 바 있다[2]. 저자들은 뇌량팽대에 국한된 가역적 병변을 동반한 뇌염환자에서 척수염증상과 병변이 확인된 증례를 경험하였기에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35세 남자가 7일간의 발열, 두통 및 근육통과 함께 내원 2일 전부터 발생한 혼동과 이상행동을 보여 내원하였다. 환자는 내원 2일 전 발열과 급성 요정체로 인하여 타원 비뇨기과에서 급성요로기계 감염과 급성전립선염의 진단 하에 항생제(levofloxacin IV) 치료를 시작하였으나 혼동 상태와 의식저하가 점차 악화되어 본원 신경과로 의뢰되었으며 전원될 당시에는 의식 저하 이외에 다른 국소적 신경학적 결손은 없었다.
환자는 뇌염, 뇌수막염, 경련 및 뇌졸중의 병력은 없었으며 타원 입원 전 진통소염제 외 다른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었다. 혈압은 110/60 mmHg, 맥박수 80회/분, 호흡수 20회/분, 체온 37.5℃였다. 신경학 검사에서 의식은 명료하였지만 혼동상태를 보였으며 사지의 근력 및 심부건 반사는 정상이었고, 병적 반사는 관찰되지 않았다. 수막자극징후(meningeal irritation sign)중 경부경직이 관찰되었고, 환자가 협조되지 않아서 소뇌실조증 여부는 확인이 불가능하였다.
응급실 검사에서 백혈구(14,201/mm3)와 procalcitonin (0.08 ng/mL)은 증가해 있었으나 전해질 이상은 없었으며 단순가슴촬영사진, 소변검사는 정상이었다. 뇌전산화단층촬영은 국소 병터 없이 정상이었다. 입원 당일 시행한 뇌척수액검사에서 압력은 120 mmH2O, 적혈구수 40/mm3, 백혈구 420/mm3, 단백질 286 mg/dL, 포도당은 52 mg/dL(혈당 110 mg/dL)이었다. 병력, 신경학 검사 및 뇌척수액검사를 토대로 바이러스 뇌염을 의심하고 환자를 중환자실로 옮기고 고용량 Acyclovir 및 스테로이드를 정맥으로 투여하였다. 입원 중 보고된 뇌척수액 검사에서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 거대세포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등에 대한 중합효소연쇄반응은 정상이었다. 혈청 검사에서 항중성구세포질항체(ANCA), 항핵항체(FANA), 이중가닥DNA항체, 항카디오리핀-항체는 모두 음성이었다.
입원 2일째, 환자의 지남력 및 혼동상태가 안정되어 시행한 뇌자기공명영상에서 뇌량팽대에 확산강조영상 및 fluid-attenuated inversion recovery 영상에서는 고신호 강도를 보이고 겉보기확산계수(apparent diffusion coefficient, ADC)영상에서는 저신호 강도를 보이는 병변이 관찰되었다(Fig. 1). 입원 10일째 추적검사에서 뇌척수액검사소견은 백혈구 160/mm3, 단백질 141 mg/dL로 호전되었으며,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이전에서 관찰되었던 뇌량팽대 병변은 보이지 않았다(Fig. 2).
환자는 입원 5일째 일반병실로 이실하였고 이후 실조보행 및 요통을 호소하였다. 7일째 도뇨관 제거 이후 자가로 배뇨를 하지 못하여 다시 추가 1주일 유지 후, 자가배뇨를 시도하였으나 불가능 하였다. 소변검사에서 농뇨소견은 없었고, 전립샘 특이항원 검사는 0.17 ng/mL이었다. 비뇨기과 협진 후, 요역동학 검사에서 무긴장성 방광으로 진단 받고, 도뇨관 유지 및 알파차단제(tamsulosin)와 bethanechol 경구 투약 유지를 권고 받아 시행하였다. 하지만 환자는 입원 1달 이후에도 스스로 배뇨하지 못하고, 실조보행, 요통과 발기부전이 지속되어 척추 자기공명영상을 검사하였다. T2 강조영상에서 경부 척수 3번에서 흉부 척수 1번까지 고신호를 보였고, 국소적으로 경부 척수 3, 4번과 흉부 척수 1번으로는 조영 증강되었다(Fig. 3). 이에 추가로 시행하였던 아쿠아포린4 항체(anti-AQ4 antibody)는 음성이었다.
Acyclovir는 입원 당시부터 14일간 유지하였고, 척수 병변이 확인된 이후 메틸프레드니솔론 1 g을 생리식염수 250 mL에 혼합하여 5일간 매일 07시에 30분간 정주하였다.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 30일 이후 자가 배뇨가 가능하였고 보행 실조가 호전되어 퇴원하였다.
고 찰
Mild encephalitis/encephalopathy with a reversible splenial lesion (MERS)는 한 달 이내로 회복되는 경미한 뇌염 환자에서 가역적이고 국소적인 뇌량팽대의 병변 및 그에 따른 소뇌실조 등의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임상영상학적 증후군이다[3]. 발생 기전은 아직까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원인으로는 감염성 뇌염, 경련, 항 경련제 복약 혹은 금단, 저 혈당증, 베르니케 뇌병증, 마르키아파바-비냐미병, 용혈 요독 증후군, 미만축삭손상 등과 관련되어 있음이 보고되었다[4,5]. 본 증례는 병인을 확인하지 못한 뇌염에서 MERS와 척수염이 동반되어 발생한 특이한 경우로 약 4주만에 후유증 없이 회복된 점은 병변의 가역성을 시사하고 있다. MERS에 대한 대규모 연구는 많지 않으나, Tada 등[3]의 보고에 따르면 가역적 뇌량팽대 병변이 보였던 22명 중 15예에서 뇌염 혹은 뇌병증을 보였고 그중의 10예에서 뇌염의 원인 균주를 발견할 수 없었다. 15명의 환자 중 13명이 30일 이내 뇌 자기공명영상에서 병변이 관찰되지 않았고 본 증례와 유사하게 임상적으로 경미한 증상을 보이고 완전히 회복되는 경과를 보였다.
본 증례에서 뇌량팽대와 척수 동시에 병변이 발생한 기전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신경 구조가 세포독성에 취약하다는 병태생리학적 특성에서 설명해볼 수 있다[7]. 즉, 뇌량팽대는 수초의 수분구성조직이 균일하지 않고 뇌실막층을 둘러싸고 있는 뇌척수액 공간과 인접하여 있고 척수 또한 뇌척수 공간에 쌓여 있는 구조이다[6,7]. 수초, 혈액뇌장벽, 신경아교세포경계(the glial limitans)와 뇌실 막에 주로 분포하는 아쿠아포린 4 (aquaporin 4, AQP4)는 뇌와 척수에서 체액 항상성 유지 및 수분 이동에 관여한다[7]. 이는 감염 이후 신경아교세포와 수초 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하는데 염증매개 물질분비를 촉진하여 결과적으로 세포 내 수분축적을 유발하여 수초 내 독성(intramyelinic edema)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6,7]. AQP4 항체는 현재 시신경척수염(neuromyelitis optica, NMO)의 중요한 병인이고, NMO에서 뇌실 부근의 뇌구조와 척수를 침범하는 경우가 빈발하는 원인을 상기 기전으로 설명하고 있다. 본 증례는 임상적으로 단상성의 경과를 보이고 AQP4 항체 검사가 음성이었기 때문에 NMO의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NMO 환자의 혈청에서 홍역, 풍진, 거대세포바이러스,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 앱스타인바바이러스(Epstein-Barr virus), A형간염 바이러스, 사람면역결핍 바이러스, 뎅기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양성으로 검출된다는 이전 보고는[8] AQP4 항체에 대한 면역학적 감작과 감염성 질환의 연관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 증례가 AQP4를 주된 표적으로 하는 감염원에 의한 것임을 추정 가능하게 하며, 환자가 재발성의 뇌염 또는 척수염이 발생할지 여부를 추적 관찰하는 것은 향후 NMO의 발생여부를 감시하기 위해 필요할 것 으로 생각한다.
척수염을 동반한 MRES에 대한 본 보고는 가역적 뇌량팽대 병변과 척수에 AQP4의 분포 및 발현과의 연관성에 대해 더 많은 연구 및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또한 중추신경계 감염 환자는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이며, MERS를 포함한 뇌실 부근 구조의 침범이 주된 뇌염 환자에서는 뇌 혹은 뇌수막뿐만 아니라 척수 병변의 동반유무의 확인과 NMO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