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의 섬망
Delirium in the Intensive Care U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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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Delirium is a cognitive disturbance with acute onset or fluctuating clinical course. It is recognized as one of the most common complications in the intensive care unit (ICU). The impact of delirium in the ICU on mortality, hospital or ICU length of stay, cost burden and post-ICU cognitive impairment is well documented. Although the underlying pathophysiology is poorly understood, numerous predisposing and precipitating risk factors for delirium are suggested. Prevention strategy, early detection using screening tools, and control of the underlying causes are crucial to improve clinical outcomes of delirium. Pharmacological treatment such as antipsychotics may also be considered as a treatment option, although its efficacy and safety are not yet established. The purpose of this review was to provide an overview of clinical characteristics, risk factors and treatment for delirium in the ICU.
서 론
신경계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내과계 혹은 외과계 중환자실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것이 섬망이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섬망의 유병률은 약 30%에 달하며, 인공호흡기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서는 60-80%까지 보고되고 있다[1-7]. 이러한 섬망은 주로 의식의 저하나 변화, 광범위한 인지 기능의 손상, 비정상적인 지각과 행동 및 기분 등의 정신증상과 떨림, 운동실조, 요실금 등의 신경증상으로 나타나며, 갑자기 발병하여 증상의 변동이 심하다. 중환자에서 섬망의 발생은 사망률을 증가시키며 중환자실 체류 기간뿐만 아니라 전체 재원일수도 늘이게 된다[8-11]. 또한, 섬망은 중환자실 퇴실 후 발생할 수 있는 인지장애(post-ICU cognitive impairement)도 야기할 수 있다[12].
본 논문에서는 중환자실에서 비교적 흔히 접할 수 있는 섬망의 임상 증상, 원인과 감별진단 및 치료에 대해 전반적으로 검토를 하고자 한다.
본 론
섬망의 임상 증상
섬망은 의식혼탁이 동반되고, 증상의 변동 폭이 커서 하루에도 증상이 변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로 저녁에 증상이 악화된다. 이러한 의식변화가 환자가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질환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외에도 인지장애, 정신장애, 수면장애 및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는 데, 우선 인지장애는 주의력과 지남력의 장애가 가장 특징적이다. 정신장애로는 환시와 같은 환각 증상이 흔하며, 불안, 공포 등 자극과민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수면장애로는 불면증이 흔하며 주로 밤에 수액 줄을 뽑거나 침대에서 뛰쳐나가려고 하다가 낙상사고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신경학적 증상으로는 자율신경항진이 생길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떨림(tremor)이나 자세고정불능(asterixis) 등이 동반될 수 있다[13].
섬망은 활동 과잉형(hyperactive), 활동 저조형(hypoactive), 혼합형(mixed)으로 나눌 수 있다. 활동 과잉형 환자는 흥분되고 공격적이어서 자극에 과한 반응을 하여 환자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 활동 저조형은 대부분 수면 상태에 있거나 깨어 있더라도 집중력 저하와 무기력증에 빠져있기 때문에 진단이 늦어져 치료가 늦어질 수 있으며 예후도 활동 과잉형보다 더 안 좋다.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혼합형이나 활동 저조형이 더 많아 진단에 주의가 필요하다[14,15].
보통 갑작스럽게 발병한 경우의 임상경과는 원인이 되는 인자를 제거하면 대개 일주일 이내 증상이 호전된다. 하지만, 관련 원인이 존재한다면 증상은 지속될 수 있으며, 특히 고령의 환자에서는 회복기간이 더욱 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섬망의 원인 및 감별진단
섬망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중환자실 밖에서의 섬망 발생에 대한 것들이다. 위험인자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보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소인 인자(predisposing factor)와 주로 환경적인 요인과 질병과 관련된 유발 인자(precipitating factor)로 나뉘며, 상기 인자들의 유기적인 연관에 의하여 섬망이 발생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Table 1에 기술하였다[16].
중환자실에서 섬망 발생의 중요한 요인은 친숙한 존재와의 격리, 부동상태(immobilization) 및 억제, 치료를 위한 기계화된 환경에 노출, 검사들로 인한 수면 박탈, 밤과 낮의 구별이 되지 않는 등의 환경적인 요인이다. 이외에 아직 근거가 부족하나 2013년 미국 중환자 의학회(Society of Critical Care Medicine)의 진료지침에는 중환자실 환자들에서 상기 인자들 중 기존의 치매, 고혈압, 알코올 중독의 기왕력과 입원 당시의 질병의 중증도를 위험인자로 기술하였으며, 의식장애 중 혼수상태와 benzodiazepine 사용 역시 위험인자로 간주하였다[3,17,18]. 고령은 중환자실 밖에서는 중요한 위험 인자인 것은 맞지만, 중환자실 환자에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18-23]. 수술 후 중환자실로 입실한 환자들에서도 섬망의 발생률은 높으며, 수술 중 출혈 정도와 수혈, 낮은 헤마토크리트 등이 위험인자로 생각된다[24-27].
약물 역시 흔한 섬망의 원인이며, 특히 수면진정제, 항불안제, 마약성 진통제, 항콜린성 약제 등과 같은 향정신성 약제들로 이들 약제들의 사용은 섬망 발생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Table 2). 특히, 중환자실에서는 진정 및 진통 조절을 위해 benzodiazepine 계열약과 마약성 진통제가 흔히 투약되는데, benzodiazepine 의 경우 잘 알려진 섬망의 위험인자들로 정확한 사정을 통해 최소한의 용량을 사용하도록 한다[18,22,28]. 하지만, 마약성 진통제와 섬망 발생과의 관련성에는 아직 연구들 간에 차이를 보이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사용에 있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하겠다[3,18-20,22,29-31]. 약물 관련성에 있어서 중환자실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섬망은 알코올 금단 섬망 혹은 진전섬망(delirium tremens)이다. 아직 국내에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환자의 상당수가 알코올 의존 환자이며 갑작스러운 중환자실 입원으로 알코올 섭취가 중단되고 금주 후 12-48시간 이후 알코올 금단증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부분 경미한 증상으로 끝나나 약 5%에서 갑작스러운 자율신경계의 증상(빈맥, 발열, 발한 등)과 의식변화를 동반한 진전섬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32-34].
감별진단으로는 치매와 정신병(psychosis) 등이 있으며 각각의 특징에 대해서는 Table 3에 기술하였다. 간단히 요약해보면, 치매는 원인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으로 증상이 서서히 시작 및 악화되는 인지기능 저하가 특징이다. 평상시 특별한 기왕력이 없던 노인에서 입원 후 갑자기 지남력 장애가 생기고 가족마저 못 알아보며 증상의 변동이 심할 경우 치매보다는 섬망일 가능성이 높다. 노인의 경우 치매와 섬망이 공존하는 경우도 많아 감별진단에 주의를 요한다. 정신병은 의식의 명료성이 유지된다는 점에서 섬망과 큰 차이를 보인다. 섬망은 만성질환이 아니다. 그러므로 중환자실에서 오랜 기간 동안의 의식변화에 대해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다면 다른 원인을 감별할 필요가 있다.
섬망의 치료
중환자실에서는 적절한 선별검사를 통한 일차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방 및 치료의 원칙은 1) 환경적 요인 조절 2) 앞서 언급한 약물과 탈수 등 원인인자와 섬망과 관련된 기저질환의 조기 식별 및 치료, 3) 약물적 요법으로 요약된다.
1) 환경적 요인 조절
예방에서 중요한 부분은 환경적 요인 및 위험인자 조절인데, 이는 치료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환자실에서는 기저질환이나 위험인자들을 쉽게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진료와 관련된 환경적 요인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환자실에서 낮에는 적절한 조명과 자극을 유지하고, 밤에는 가능하다면 낮은 조도의 불빛을 이용하며 귀마개나 소음 감소를 통한 수면각성 주기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35]. 불필요한 간호업무나 시술을 밤에 하는 것에도 삼가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낮 시간에 가족, 가까운 친구들의 방문이나 시계, 달력 사용을 통한 지남력을 일깨워 주는 노력이 필요하나 밤 시간에 과도한 자극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36,37].
감각장애를 보이는 환자에게는 이전 사용 중이던 안경과 보청기의 착용으로 감각을 유지시켜주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억제대의 경우 낙상, 갑작스러운 기관지 튜브 발관, 카테터 제거 등의 중환자실에서의 우발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막는 데는 중요하나 그 자체가 환자를 흥분시키며 섬망 발생과 관련된 상황들을 악화시키게 되므로 최소한의 선에서만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후 사용하도록 권장한다[38,39]. 동시에 중환자실에서 조기 물리치료와 작업치료는 섬망의 발생을 줄인다[40].
2) 원인인자와 섬망과 관련된 기저 질환의 조기 식별 및 치료
섬망의 치료에 가장 중요한 것은 원인이 되는 상태를 조기에 알아내고 제거하는 것이다[38,41,42]. 예를 들어 탈수나 감염, 발열, 대사장애 등과 같은 내과적 질환이 원인이라면 해당 질환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를 해야 하며, 치료 과정 중 발생할 수 있는 전해질 불균형이나 탈수와 부종 등도 모니터를 통해 미연에 방지하고 발생 시에는 조기 치료가 필요하다[36]. 또한, 앞서 섬망의 원인에서 언급한 데로 약제 사용 혹은 금단으로 인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을 꼭 염두에 두고 조기 식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3) 약물적 요법
섬망 증상에 대한 약물치료 원칙은 가능한 최소 종류의 약제를 최소한의 용량과 기간만 사용하는 것이며, 앞서 언급한 비약물적 요법을 먼저 시도하거나 약물적 요법을 시행할 시에도 비약물적 요법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섬망 발생과 기간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목적으로 추천되는 약물적 요법은 없다[17]. 다만, 인공호흡기를 적용 중인 중환자에서 진정을 목적으로 dexmedetomidine의 사용은 benzodiazepine과 비교하여 섬망의 발생률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43,44], 중환자에서 섬망의 예방 목적으로 dexmedetomidine의 사용은 아직 근거가 불충분하여 추천되고 있지는 않으며 이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17,45]. 최근 2개의 무작위 배정 대조군 연구에서 멜라토닌이 섬망 발생 예방에 효과를 보이고, 고관절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도 수술 후 발생하는 섬망의 발생률을 줄인 다는 보고가 있어 이 역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46-48].
현재 급성 섬망을 치료하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이 많이 상용되고 있으며, 그중 대표적인 1세대 약물이 haloperidol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까지 중환자실에서 haloperidol을 사용해 섬망 치료의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한 전향적 무작위 대조 연구는 없으며 가장 최근 결과가 발표된 2005년 MIND 연구에서도 임상적 결과에 영향을 주지 못하였다[49]. 이로 인해 과거 2002년 미국 중환자 의학회의 진료지침에서는 소수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근거로 haloperidol을 치료 약물로 고려할 수 있다고(Level C) 권고했지만[50], 2013년 진료지침에는 근거 없음(No evidence)으로 수정 명기하였다[17]. 이렇듯 사용 근거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haloperidol은 최근까지 중환자실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권장되는 초기 용량은 0.5-1.0 mg으로, 환자의 초조(agitation) 정도와 의식수준, 나이 등을 고려하여 용량을 서서히 증량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4.5 mg 이상 투약할 경우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s)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에 주위를 요한다.
1세대 약물인 Haloperidol 외에도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atypical antipsychotics)들이 급성 섬망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quetiapine, risperidone, olanzapine이 있다.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은 haloperidol과 비교 시 효과는 비슷하나 추체외로 증상이 적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51-54]. 최근 연구에서는 중환자실에서 경구용 quetiapine과 필요시 정주용 haloperidol 투약 치료를 병합한 것이 경구용 위약과 필요시 정주용 haloperiodol 투약 치료를 병행한 경우보다 섬망에서 빨리 회복되고 초조한 정도가 적었으며 빨리 퇴원하는 경향을 보였다[55]. 이를 근거로 최근 미국 중환자 의학회 진료 지침에서 비정형 항정신병 약물의 사용은 섬망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고 명기하였다[17]. (Level C) Risperidone은 0.25-0.5 mg 1일 2회로 시작하여 증상을 보아가며 1일 2-3 mg까지 증량하며, Olanzapine은 2.5-5.0 mg 1일 1회 취침 전 투약으로 시작하여 1일 10 mg까지 증량 가능하다. Quetiapine의 경우 1일 2회 12.5 mg으로 시작하여 최대 50-100 mg까지 사용 가능하나 QTc 간격 연장을 시킬 수 있어 torsades de point의 위험이 있는 환자(예를 들어, QTc 간격이 연장되어 있거나 연장시킬 수 있는 약물을 병행하고 있는 환자 등)에서는 사용이 권장되지 않는다.
섬망 치료에서 benzodiazepine의 효과는 제한적이며, 과도한 진정효과 및 갑작스러운 인지기능의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도록 한다. 앞서 언급하였지만, 중환자실에서의 benzodiazepine 의 사용은 섬망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인자이기도 하기 때문에 사용에 주의를 요한다[3,6,18]. 하지만, 항정신병 약물을 사용할 수 없을 때나, 알코올 금단 혹은 약제 금단으로 인한 섬망에서는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특히 진전섬망의 경우 전신운동 초조(psychomotor agitation) 증상에 benzodiazepine이 효과가 있으며 주로 정맥 내 lorazepam을 5 mg에서 10 mg 정도로 시작하여 매 5-10분마다 투약해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진전섬망 등 알코올 금단 증상을 조기에 대응하면서 과거보다는 사망률이 많이 감소하였으나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33,34].
섬망 전 치매를 앓고 있었던 고령 환자의 경우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 등의 사용을 고려해 볼 수도 있으나[56], 일반적으로 중환자에서 섬망 치료제로서 아세틸콜린 분해 효소 억제제의 사용은 효과를 입증받지 못하였다. 특히 중환자실에서 rivastigmine의 사용은 오히려 사망률을 증가시키고 섬망의 기간을 늘리는 결과를 보여 중환자실 환자에게 추천되지 않는다[57]. 이외에도 심장 수술을 받은 환자에게서 섬망 예방 목적으로 사용한 rivastigmine의 경우에도 효과는 없었다[58]. 다만, 항콜린성 약제 독성(anticholinergic toxicity)에 의한 섬망의 경우 donepezil 사용이 효과가 있다는 보고는 있지만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59].
결 론
단순히 섬망을 가역적이고 일시적인 증상으로 가볍게 여겨질 수 있지만, 중환자실에서 섬망은 중환자실 입원기간 및 병원 전체 재원기간 장기화와 사망률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중환자실 퇴실 이후에도 인지기능 저하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중환자실에서의 섬망 관리를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 및 위험인자 제거를 통한 예방과 적절한 선별도구를 통한 규칙적인 모니터링으로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 그리고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